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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할 만한 법원 판결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겨울철이 되면 전기장판이나 온열기기와 같은 난방용 제품은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됩니다. 특히 온열기기는 비교적 장시간 사용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자동 차단 장치나 과열 방지 장치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에서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다면 책임의 귀속이 문제 됩니다. 사용자가 전원을 켜둔 채 외출한 경우 제조사의 책임이 면제되는지, 아니면 여전히 제조물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또한 화재 원인이 ‘미상’으로 남는 상황에서도 제조물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역시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됩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쟁점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제품의 결함과 사용자의 행위 사이에서 책임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그리고 ‘정상적인 사용’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사건개요
한 가정집 거실에 설치되어 있던 온열기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뒤 현장을 조사한 결과, 거실 중앙에 놓여 있던 돔형 온열기기만 심하게 탄화되어 있었고 주변으로 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특히 기기 내부와 그 아래 바닥 부분이 가장 심하게 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거주자는 사고 전날 해당 온열기기를 약 2시간 정도 사용한 뒤 전원을 꺼두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다음 날 외출 후 귀가하였을 때 집 안에 그을음이 가득하고, 평소 사용하던 온열기기가 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이미 화염이 남아 있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소방당국은 현장 감식을 진행하였으나 화재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전기적 요인이나 가스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고 방화 흔적이나 인적 부주의의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돔형 기기 내부 발열 히터의 이상 작동 가능성은 의심할 수 있으나 이를 입증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조사되었습니다. 결국 화재 원인은 ‘미상’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양측의 주장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은 화재가 제품의 결함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이나 사용자의 사용 방식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제조사 측 주장
사용자가 전원을 켜둔 채 외출하였다면 이는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온열기기를 작동시킨 상태로 자리를 비우는 것은 안전한 사용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제품의 결함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설령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제조사의 책임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조사 측은 화재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떨어지면서 기기 위에 놓여 있던 담요 부분에 압력을 가하였고, 그 결과 온도센서나 과열 방지 장치가 감지하지 못하는 위치에서 열이 축적되어 과열이 발생하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제품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 우연한 외부 요인에 의해 이상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피해자 측 주장
전원을 켜둔 상태였다는 점 자체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는 기기를 사용한 뒤 전원을 차단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설령 전원을 켜둔 상태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온열기기는 비교적 장시간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므로 단순히 전원을 켜둔 채 외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비정상적인 사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제품은 사용설명서에 자동 온도조절 센서와 과열 방지 장치를 채택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었고, 일부 제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아울러 제조사가 주장한 ‘액자 낙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액자가 화재 발생 이전에 떨어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화재로 인한 열기로 인해 액자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작은 액자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측은 화재 당시 기기 주변에 가연물이 쌓여 있지 않았고 기기 위에 무거운 물건이 올려져 있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실제로 온열기기만 탄화되었고 주변으로 불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은 발화가 기기 자체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외부 요인보다는 제품 내부의 문제로 발생한 화재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의 판결
법원은 먼저 전원을 켜둔 채 외출한 행위가 정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설령 전원을 켜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비정상적인 사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온열기기는 일정 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자동 차단 기능이나 과열 방지 장치가 있다고 설명된 제품이라면 소비자는 그러한 안전장치가 작동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조물책임 법리에 따라,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소비자가 구체적인 결함의 원인을 모두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제조사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발화지점이 온열기기 내부로 추정되고, 방화나 가스, 외부 전기요인 등이 배제되었으며, 주변 가연물에 의한 확대 연소도 없었습니다. 이는 사고가 제조자의 지배 영역에 속하는 제품 내부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제조사 측이 주장한 액자 낙하설에 대해서도,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액자가 화재 이전에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사용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정도의 외부 충격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오히려 제품의 안전성 문제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 화재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발생하였고, 제조사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제조자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전원을 켜둔 상태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화재 원인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제조자의 책임을 전부로 인정하기보다는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제조자의 책임은 약 70%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사건은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제조물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달리 제조물책임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의 구체적인 결함 원인을 모두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원인이 제조자의 지배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면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보호라는 제조물책임법의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전원을 켜둔 채 외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비정상적인 사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온열기기와 같이 장시간 사용이 예정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는 자동 차단 장치나 과열 방지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품의 안전성은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합리적인 안전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다만 법원은 소비자의 일부 과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고, 그에 따라 제조자의 책임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책임비율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사건은 원인 미상의 화재라 하더라도 제품 내부에서 발화한 정황이 인정되고 외부 요인이 배제된다면 제조사의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소비자의 주의의무 또한 함께 고려되어 책임이 조정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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